What You Need for Painting - from a letter by Renoir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것" - 르누아르의 편지에서 빌려옴


(...)


Indifference to everything except your canvas.

The ability to work like a locomotive.

An iron will.


캔버스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

기관차처럼 일할 능력.

강철 같은 의지. 


-----------


폰 용량이 모자라서 사진을 지우다가 2014년 4월 22일 오후 두 시로 저장 정보가 명기되어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분명히 뭔가를 읽다가 찍은 것 or 어디선가 다운로드 받은 이미지일텐데 도통 이 사진을 얻게 된 기억은 나지 않네. 어쨌든 찍혀있는 것은 르누아르의 편지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레이먼드 카버의 시이다. 한평생 장편을 쓸 여유가 없었다는, 하지만 그 고단하고 가난했던 삶에서 피워낸 단편들로 신화가 된 작가가 쓴 시는, 역시나 단단히 제련된 말들로 엮인 촘촘한 그물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평범한 낱말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둔 콜라주에 가깝다. 하지만 그 말들의 틈새에 자리한 여백은 다시 읽는 이를 정직하게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3월 한 달, 남들 잘 때 자고 깰 때 깨는 사람처럼 살아보겠다고 비교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에 도전했지만 (그래봤자 2시쯤 자서 9시 기상이다) 역시 진도를 뽑아내지 못했다. 이제는 진짜로 가속을 해야하는 시기가 되었으니 다시 올빼미로! 역시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밤을 새워서 달려야 할 때 가장 능률이 좋은 인간인 것이다. 초콜렛과 커피를 들이붓고, 타는 것처럼 쓰린 위를 부여잡고,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스스로를 마구 미워하면서, 꾸역꾸역, 또 찔끔찔끔. 잊지 말 것은 뭐다? 강철 같은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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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가>


기억 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 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 물 내리던 그 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내 기준 2009년 당시 마이클 잭슨 장례식 추모공연의 베스트 퍼포먼스.

수많은 MJ 명곡 중 Human Nature를 원체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원곡이 갖는 그 초월적이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심플하게 기타로 구현했던 JM의 접근이 참 좋다.

어제 Xcape 앨범에 꽂혀서 계속 듣다가 오늘 비 내리니까 또 생각나네. 


빗소리 좋다. 더 많이 내려주라. 이 봄비가 다 내리고 나면 올해의 벚꽃이 만개하겠지.



*유튭 추천에 떠서 본 1988 웸블리 라이브 공연 영상. 저 큰 무대를 단 한 사람이 저렇게 완벽히 압도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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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금요일 오후 두시 십분. 동생과 함께. 



- 홍상수 감독의 팬은 아니다. 그가 여태껏 만든 19편의 영화 중 겨우 7편을 보았을 뿐이기도 하고. 그의 영화에 대해 아마도 가장 공통되고 정직한 반응, 그러니까 “이런게 영화가 된단 말이야?”와 같은 놀라움 혹은 “아… 누가 나 술마시는 거 찍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하는 스노비시한 부끄러움을 순수히 즐기기에는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찌질한” 남자들의 모습, 정확히는 그들이 단지 남성 인텔리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부여받는 명백한 우위, 선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여자들을 술자리 안주처럼 대하는 모습이 거슬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 선희>에서 추천서를 써주는 ‘교수’와 추천서가 간절한 ‘학생’ 간의 권력관계란 얼마나 자명한가… 교수 및 그 주변의 남자들이 결국 선희를 놓쳐버리는 결말과는 별개로 설정 자체가 불편한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근의 스캔들이 터지기 전에도 늘 여자에게 구애하는 영화 속 남자들의 모습이 현실과 영화의 경계에 걸쳐있는건 아닐까 내심 의문을 품어왔던 입장에서 이 영화를 영화 자체로 온전히 바라본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비 내리는 금요일 오후, 동네 영화관의 가장 작은 상영관에 입장했다. 


- 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흥미로웠고 볼 만했다. 여전히 홍상수의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생경한 영화적 경험, 이를테면 촌스럽고 뜬금없지만 내가 영화를 보고있구나, 하고 느끼게끔 하는 카메라의 줌인과 뚝뚝 끊기는 이야기, 느닷없이 주인공을 불러세우는 낯선 사람의 존재 같은 것들. 특히 1부와 2부의 연결은 그냥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 영화는 홍상수의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인물의 감정이나 정서적 측면이 꽤 또렷하게 그려진다고 느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역시 감독과 배우의 자기 변명이라는 동기 혹은 상황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밖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갖는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는 각본의 힘, 그리고 자신의 온몸으로 그것을 증폭해내는 김민희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부의 공원, 갑자기 그 긴 기럭지를 풀썩 접어서 절하는 뒷모습의 뜻모를 절실함. 2부가 시작하는 순간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울 듯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는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강릉의 커피샵 앞에서 영희가 담배를 피우면서 말하듯 노래하는 바로 그 장면. 샛노란 벽 앞에 검은 옷을 입고 서 있는것만으로도 하나의 그림이 되는 김민희의 메마르고 나른하고 처연한 분위기. 바람이 흐뜨러트리고 뒤흔드는 것은 담배 연기와 머리카락과 한숨이 섞여있는 외로움의 토로, 그리고 스크린 속 영희와 현실의 김민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관객의 복잡미묘한 감정이다.  



- 텍스트적(?)으로 영화를 분석해보자면(홍상수 영화에 그런 분석은 결코 유효하지 않을 뿐더러 부적절하지만), 이 영화는 결국 "Carried away"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영화가 아닐까. 감정에 완전히 휩쓸린 혹은 감동받은, 정도로 번역되는 이 표현. 잘생긴 남자는 만나볼 만큼 다 만나봤다는 (부럽다 부러워) 영희는 사회적으로 용인받지 못하는 감정에 carried away 되어버린 댓가를 치루는 중이다. (이 영화를 보고 불륜을 네이버 사전으로 찾아보았다. 혼인 외 애정 관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자 그대로 윤리가 아닌, unethical에 유사한 뜻인걸 알고 당황) 유부남 감독과의 스캔들로 일도 끊기고 사랑하던 이와도 이별하고 낯선 곳을 방황하면서 근근한 삶을 이어나가는 그녀. 더 웃긴건 어떤 정체모를 남자가 무리에서 떨어져나와있던 영희를 들쳐업고 아예 화면 밖으로 걸어나가는 1부의 엔딩이다. Literally, she was carried away. 


그 남자의 정체가 무엇일지 추측하는 작업은 좀 우습지만, 나는 그 남자가 이미 한차례 요란했던 사랑에 대한 영희의 조바심, 기다림, 미련과 기대 같은 감정들의 현현으로 보였다.  (써놓고 보니 순전히 내 감정의 투영이다) 1부 초반, 하릴없이 공원을 거니는 영희와 언니에게 뜬금없이 지금 시간이 몇시냐고 멀리서 소리쳐 묻는 남자는 영희를 들쳐메고 사라지는 남자 또 2부에서 유리창을 닦는 남자와 동일 인물로 보인다. 그런데 시간을 따지는 질문은, 홍상수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근본적으로 무용한 질문이다. 이 영화의 시간성은 역시 홍상수 영화답게 뒤틀려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영희와 언니는 거리와 공원을 배회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야채스프를 먹는데에는 실패하며 피아노 악보도 사고 연주도 듣고 초대 받은 곳에 가서 식사를 한 뒤 (언니와 달리 영희는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다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해변에 나들이까지 가는데 (쓰는것만으로도 힘드네 헉헉) 이 모든 일을 단 하루만에 해낸다! 도통 때를 짐작할 수 없는 어둑한 빛과 축축한 공기가 무한정 이어지는 영화 속 시간. 이 세계에서 영희와 언니를 쫓아와 지금이 몇 시냐고 물어보는 남자는 근본적으로 이 세계의 흐름에서 비껴나있는 외부인이며, 이는 영희의 입장에서 보자면 경계의 대상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세계에 균열을 내줄지도 모르는 반가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1부에서 이들이 보내는 시간을 짐작케하는 드문 단서 중 하나는 토요일에 감독이 올지도 모른다는 잠깐의 대화이다. 모래사장에 그 감독의 얼굴을 그려보는 영희는 분침과 시침이 정직하게 제 갈길을 가는 현실의 시간을 묻는 이 정체 모를 남자를 통해 도통 해가 저물지 않는 이상한 날들을 끊어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시간이 무사히 흘러 토요일이 되고 밤비행기를 타고 온다던 그가 영희에게 올지도 모르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원에서의 영희는 언니와 함께 그 남자를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저 사람 우리 계속 쫓아오네, 빨리 가자, 이상한 사람이야) 사실은 내심 그 남자, 그 기다림, 그 조바심에 자신을 내맡기고 싶었던게 아닐까. 해변에서 아주 잠깐 홀로 남겨진 순간, 그녀는 눈깜짝할 새에, 아무런 반항없이 얌전하게 그 남자에게 carried away 되어버린다. 




- 그렇게 끝나버리는 1부를 뒤로하고 시작되는 2부는 극장에 혼자 앉아있는 영희의 얼굴로 시작한다. 1부는 영희가 지금 막 본 영화일까? 아니면 영희는 영화를 보면서 1부를 회상한걸까? 아니면 이 둘은 그냥 아무런 관계 없는 별개의 이야기인가? 명확한 것은 여전히 없다. 영희는 여전히 외롭고 쓸쓸해보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녀는 독일에서처럼 그녀를 살뜰하게 아끼고 돌봐줄 언니를 기다리면서 그녀의 근황에 대한 호기심과 그녀에 대한 염려를 구분하지 못하는 남자들과의 시간을 버텨내지만 영희가 기다리는 사람이 과연 그 언니 뿐일까? 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낼 곳을 마련한 영희 앞에 왜 그 남자는 다시 나타나서 창문을 닦을까? 이번에는 누구도 그 남자를 보지 못한다. 아니, 영희는 그 남자가 보일지도 모르지만 쨌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영화가 진행되더라도 감정과 시간과 질문은 해소되기는 커녕 제자리를 맴돌며 그 부피를 점점 늘려나간다. 


- 일행을 돌려보내고 해변으로 나아가 혼자가 된 영희. 해는 여전히 중천에 떠있고 영희는 아직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되지 못했다. 바람부는 겨울바다의 백사장에 누워있는 영희를 일으키는 건 일어나서 불을 쬐자는 누군가의 목소리이며, 목소리의 주인은 그녀를 그 감독에게 데리고 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독과 영희의 대면. 영희는 감독에게 후회하냐고 쏘아붙이고 감독은 그런 영희 앞에서 변명하다가, 징징대다가 끝내는 영희를 위해 책을 읽어주겠노라며 폼을 잡는다. 곱게 보기 어려운 감독의 주절거림과 자기 연민이 지겹다고 느낄때 쯤 영희도 담배를 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화면은 백사장에 누워있는 영희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마침내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되려던 참이었는데, 그녀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낮의 해변에 머물러 있는 영희. 그녀는 그렇게 꿈에서라도 그 감독을 만나고 싶었던걸까. 그런 재회는 그녀가 기다렸던 재회였을까. 아니면 그저 꿈이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기를 바랬던걸까. 밤이 되면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 어찌됐든 모래 사장에 옆으로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애잔하다. (<경주>에서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왕릉 위에 눕는 신민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장면도 참 아름다웠는데, 팔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모로 누워있는 인간의 몸은 그 자체로 뭔가 짠한걸까.) 


"일어나세요. 정말 큰일날뻔 하셨어요." 그녀는 누군가의 선의를 딛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약간 아래쪽에서 잡는는 김민희의 가녀린 몸과 파리한 얼굴, 그리고 그녀를 때리는 바닷바람의 생생한 질감. 영희는 해변을 천천히 걷기 시작하고, 그녀의 실루엣이 화면에서 점차 멀어지며 영화가 끝난다. 질문은 계속된다. 영희는 여전히 그 곳에서 서성대며 밤을 기다릴까?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희의 그리고 김민희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 속 사람들은 영희에게 끊임없이 칭찬을 해준다. 넌 너무 이뻐. 너 성숙해졌다. 너 매력있어. 너 똑똑해. 너 생각보다 영어 잘해, 라는 칭찬까지. 영희에게 무한정 쏟아지는 우쭈쭈는 사실 민망한데도 없지 않지만, 홍상수 영화에서 이만큼이나 여성의 자리를 단단히 마련해준 적이 있었던가 하고 생각해보면 나름 의의가 있다. 이성의 구애나 권위에의 선망이 아닌 순수한 보살핌과 격려가 잠깐씩 내비쳐지는 순간들. ("민희야 감독들은 널 사랑한다"가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준희와 영희와의 키스신. 나만 좋았던 건 아니지? 송선미는 김민희보다 키가 크더라. 그리고 여전히 이쁘고 날씬해 흑흑. 거창한 의미 부여 없이 여자랑은 한번도 안해봤지만 바로 옆에 이쁘고 좋은 언니가 마침 앉아있으니 해보는 키스. 누구에게나 무해하고 또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아서 더 멋지지 않나. <아가씨>에서의 히데코와 숙희의 마지막 섹스보다 두근거렸다. 


**좀더 까칠하게 보자면 어쨌든 홍상수는 자기 변명을 솜씨좋게 늘어놓을 수 있는 수단을, 그것도 꽤 근사하고 탄탄히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자본과 재능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전세계의 시네필들까지. 그는 김민희라는 훌륭하고 귀한 재료 없이도 여지껏 자기 세계를 잘 구축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문성근이 객기 부리는 장면이 좀 많이 짜증났는데, 그건 그정도로 펼쳐보이는 노골적인 자기합리화마저도 그가 여지껏 일관적으로 견지해온 나름의 미덕인 솔직함이라는 틀에 쉽게 용해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정재영과 그의 파트너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이라니. ("그 여자랑 살고나서 폭삭 늙었어!") 조강지처에 대한 본격 디스 아닌가. 아무리 댓글창이 욕으로 뒤덮인다해도 그는 자신에게 편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의 소유자이다.     


***스타로서의 김민희가 갖는 매력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좋아했던 1인으로서 (쎄씨니 에꼴이니 하는 잡지들의 페이지를 김민희와 배두나와 신민아가 휩쓸던 때가 있었지 후후) 얼굴값 할만한 남자들하고 자유롭게 연애하고, 헉 소리나는 메이크업이랑 패션 화보 찍고, 세상에서 가장 시크한 결혼식 하객인... 그런 김민희의 모습으로 돌아와줬으면. 그래서 외친다. 언니! 매니시 룩 진짜 좋아하는데 홍감독 자켓말고 다른 걸로 입으면 안될까요!


****영화를 다 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동생과 함께 비가 그친 공원을 가로질렀다. 풍경이 딱 영화 속 함부르크 같아서 "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를 흥얼거렸고, 무슨 질문에도 답은 "I was very hungry"를 세 번씩 반복해야 한다며 낄낄거렸다. 한 시간 정도 걸은 덕택에 우리는 실제로 무척 배가 고파졌고, 그래서 맛있게 쌀국수를 먹었으며 다시 집까지 한 시간을 걸었다. 어찌보면 영희처럼 보낸 하루였던 셈. 다만 절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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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리멸렬한 우울과 끝없는 셀프 낙담에도 불구하고 하루 중 그나마 기분이 잠시 좋을 때는 역시 수영을 할 때, 그리고 수영이 끝난 뒤 집에 걸어올 때이다. 이 기분좋은 피로가 없었다면 분명 매일 울면서 밤 새웠을거야... 그런데 이것도 이사가게 되면 (어디로 가야하나 하아...) 지금처럼 가까운데서 좋은 선생님한테 배우지 못할테니 앞으로 몇 달 동안 최대한 제대로 또 많이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자주 한다. 


그래서 적어보는 목표!


- 자유형 1km 안 쉬고 하기. 지금보다 속도도 올리고 후유증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 배영 & 평영 500m 안 쉬고 하기. (접영은 에라 모르겠다)

- 스타트 & 퀵턴 완벽 마스터

- 매달 18일 이상 수영하기 (생리와 수영장 휴관일을 합해서 6일 정도의 마이너스를 디폴트로)  


8월까지 기간을 잡으면... 너무 여유로운건가? 쨌든 돈, 공부, 커리어 이런거는 한치앞도 모르겠으니 운동이라도 목표 세워서 열심히 하자. 최소한 건강이 남겠지. 그리고 지금은 슬슬 배고프고 졸리니 빨리 눕자꾸나.



*그런데 수영 랩 숫자 세는거 늘 귀찮고 헷갈린다. 수영하다보면 분명 머릿속으로 계속 숫자를 외우고 있다가도 몇 바퀴째인지 혼란이 옴. 누가 좀 대신 해줬으면... 


**영상으로 수영을 배운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역시 없는게 없는 유튜브. 수영 영상은 또다른 개미지옥이었어! 이분 퀵 턴 너무 아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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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울까 네가 물었고
겨울은 겨울 대답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너는 조금 우는 것 같았는데
우는 게 아니라고 그랬지

겨울에 울면 눈에서 눈이 내린다고
눈물눈 눈물눈 눈물눈 놀려대면서

어째서 나는 그렇게밖에 말해주지 못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겨울이 추워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길에서 자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봄이 오겠지
따뜻해지겠지 물을 때
벽지라도 따뜻한 색으로 바꿔볼까 말하지 못하고
세상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겠어 말하고 있었지
기온은 높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낮을 거라고 말해주던 날에 
얼음을 밟았는데 얼음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졌던 거 같다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오늘은 말해주고 싶었는데
체감온도가 너무 낮았고
길에서 자는 사람들을 생각하자는 생각으로 돈을 조금 드렸지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었는데 손이 까맣고
힘이 세서 붙잡고 싶었나 보다
붙잡고 싶었나 보다 생각하면서도 손이 까매서
한참 동안 손을 씻었다 한참을 손을
거울은 못 보겠더라

그때부터 조금 달라졌던 거 같다
계속 거울을 보지 못했던 거 같다

젖어 있어서 손이 시렸어 손이 시린데 나의 손만큼만 손이 시린 거야
추워보자고 좀 추워보자고 발가벗고 바람을 맞아봐도
나는 자꾸 나의 몸만큼만
추운 것이다 자꾸 나의 몸만큼만

그때부터 달라졌던 거 같다

그때부터 너의 추위를 느껴보고 싶었지 그때부터
너의 추위를 느끼고 싶어서
떨면서 자고 있는 너를 안았는데

자꾸만 따뜻해지는 것이다 자꾸
따뜻해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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