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울까 네가 물었고
겨울은 겨울 대답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너는 조금 우는 것 같았는데
우는 게 아니라고 그랬지
겨울에 울면 눈에서 눈이 내린다고
눈물눈 눈물눈 눈물눈 놀려대면서
어째서 나는 그렇게밖에 말해주지 못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겨울이 추워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길에서 자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봄이 오겠지
따뜻해지겠지 물을 때
벽지라도 따뜻한 색으로 바꿔볼까 말하지 못하고
세상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겠어 말하고 있었지
기온은 높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낮을 거라고 말해주던 날에
얼음을 밟았는데 얼음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졌던 거 같다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오늘은 말해주고 싶었는데
체감온도가 너무 낮았고
길에서 자는 사람들을 생각하자는 생각으로 돈을 조금 드렸지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었는데 손이 까맣고
힘이 세서 붙잡고 싶었나 보다
붙잡고 싶었나 보다 생각하면서도 손이 까매서
한참 동안 손을 씻었다 한참을 손을
거울은 못 보겠더라
그때부터 조금 달라졌던 거 같다
계속 거울을 보지 못했던 거 같다
젖어 있어서 손이 시렸어 손이 시린데 나의 손만큼만 손이 시린 거야
추워보자고 좀 추워보자고 발가벗고 바람을 맞아봐도
나는 자꾸 나의 몸만큼만
추운 것이다 자꾸 나의 몸만큼만
그때부터 달라졌던 거 같다
그때부터 너의 추위를 느껴보고 싶었지 그때부터
너의 추위를 느끼고 싶어서
떨면서 자고 있는 너를 안았는데
자꾸만 따뜻해지는 것이다 자꾸
따뜻해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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