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계속 달려 배가 너무 고프네 oh no 맨 뒷자리 오른쪽에 앉어 창 밖은 나보다 항상 밝어 

마장동 종점 차고지부터 왕십리 옥수 동호대교 지나면 압구정 Rodeo oh shit 이곳은 내 입시학원 연습실

다시 막차로 집에 돌아가는 길 동호대교 위 야경에선 Whitney Houston의 Saving all my love for you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으면 내 단독 무대 위가 보여


This stop is in my dreams This stop is stage 위

This stop is I don’t know no 


아침이 밝아오네 배가 너무 고프네 문득 그때를 기억해 아무도 내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을 때


그때의 난 지금의 날 꿈 꿨을지 몰라 매일이 반복되는 노선처럼 돌고 돌아

가족들 친구들의 기대치에 비례하는 따가운 시선들을 외면 하면서 또한

견뎌야 했고 또 버텨야 했어 내 유일한 쉼터 2411 버스 안에서

버스 안에서 매일 다짐 했었네 포기하지 않기로


자연스레 변한 세월은 붙잡지 못해사라져버린 버스와 내가 살던 동네

너무 많은 걸 잊고 살았네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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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


2분 30초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곡이고, 성공한 아티스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노력했던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는 테마도 흔한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풍경과 여정에 너무 공감이 되기 때문일까. 어슴푸레한 새벽 혹은 다 늦어 깜깜해진 밤, 나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강의 남북을 오가며 창밖 풍경과 귀에 꽂은 음악이 주는 위로에 하루의 피로와 앞으로의 불안을 잠시나마 내려놓아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에 홀리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마장동에서 떠나서 압구정 로데오를 향하는 버스 노선이 환기시키는 미묘한 감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Whitney Houston의 Saving all my love for you"의 발음과 강조점을 맛깔나게 살리는 크러쉬의 센스 너무 사랑된다. (휘트니 아닌 윗니이며, you는 ya로 발음해줘야 제맛)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치이는 포인트는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아득한 풀벌레 소리! 노래의 화자가 회고하는 밤 공기가 결코 매서울만큼 춥지는 않았음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backdrop. 바깥 풍경을 금방 감춰버리는 지하철을 타고다녔던 비루한 문과생(=나)과 달리 버스 뒷좌석에 몸을 맡긴 채 화려한 조명과 검푸른 강물을 곱씹었던 재능있는 뮤지션은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구나. 문송해서 더 슬프네. 엉엉. 여튼 앞으로도 이 감성 잃지말아줘 효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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