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이유없이 짜증이 올라오고 몸이 너무 무거워서 절절매다가

결국 어제는 수영도 빼먹고 푸드파이터 모드로 진입해서 다섯끼 먹고 

밤 11시에 갑자기 뛰고 싶어서 한강까지 질주했다. 물론 15 뛰고 멈췄지만... 그래도 각잡고 달려본게 거의 3-4년만인듯. 

달리다가 생각이 들었다. 생리할 땐가? 아닌데 다음주 주말쯤인것 같은데(가물가물), 생리대는 뭐쓰지, 아 몰라 귀찮아, 등등.

집에 돌아와 씻으니 생리가 터짐. 참으로 정직한 내 몸이란. 


오늘 날씨 참 화창하다. 연구실 창밖의 감나무 이파리가 슬슬 색이 변해가고 있다. 

어제밤의 꿉꿉했던 한강과 빌어먹을 생리통은 한 알 남은 파우치 속의 진통제와 청량보스 후디 언니의 한강으로 날려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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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놈의 비가 이렇게 심란하게 내리는건지.

내 마음의 불안정한 주파수가 유독 어제오늘의 빗소리와 크게 공명하는 거이긴 하겠지만.

장마가 8월말로 옮겨오다니. 한창 울어야할 매미와 한창 당을 축적해야 하는 가을과일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오?

이 비가 다 그치면 타들어갈듯한 한낮도 없이 가을이 무심히 와버릴 것 같다. 그렇다면 올해 사과는 그냥 맹탕이겠네. 더더욱 슬프다.

예비된 날들이 겨울을 향해 무한정 내달리는 시간들이라서 그런지, 땅에 내리는 빗소리가 유독 무겁고 크게 들리는 밤이다. 

아이돌 영상을 끄고 (제발 그만봐 이 미친자야!) 차분한 음악을 듣고 싶은데, 그동안 똥멍청이 상태로 지냈더니 새로 들을 음악도 모르겠네. 

일단은 듣던 음악들로 버티자. 플플달 좋네... <꿈의 제인> 극장에서 다시 봤어야 하는건데. (영화 보고 밀린 글도 써야하는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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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gracehelmer.co.uk/South-East-London-Journal



7월도 다갔다. 실화냐.


7월엔 뭘 했나... 이놈의 몸뚱아리는 여전히 거추장스럽고 그나마 수영은 열심히 했네. 세계 선수권도 열심히 보고, 여기저기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랜덤한 사람들의 수영 일기도 탐독하고 (다들 어쩜 그렇게 자질구레한 것들을 신경쓰면서 수영하는걸까? 리커버리니 하이 엘보우니 엔트리니 8비트니 6비트니 등등등. 우리 선생님 입에서는 저런 말 생전 나온적이 없는데 다른 수영장에서는 강사님들이 저렇게 디테일하게 가르쳐주나 궁금하고. 그걸 다 기억하고 집에 돌아와서 적는것도 대단하다. 난 한 세 바퀴 돌면 몇바퀴 돌았는지도 까먹어버리는데...) 유튜브에 있는 각종 수영 동영상도 실컷 봤다.


오늘은 자유수영을 하는 마지막 날. 자유형 1km를 안 쉬고 한 뒤 나머지 영법들은 두세바퀴씩만 가볍게 돌았다. 7월이 이렇게 또 다갔다는 사실이 짜증스러워서 스트로크를 팍팍 꽂았더니 평소보다 빠르게 돌았는데도 안 힘들었다. 하지만 역시 무리했던 걸까, 허리가 이제서야 뻐근하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수영의 가장 좋은 점은 세상 만사 결국 다 물처럼 부질없다는(?) 점을 온몸으로 깨닫게 해준다는 점 같다. 몸에 쓸데없이 힘 줘 봤자 오히려 저항만 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을 있는 힘껏 때려봤자 돌아오는건 요란하게 튀기는 물방울 밖에 없다. 필요한 건 오직 규칙적으로 호흡하면서 물과 내 몸의 흐름을 맞춰가는 것 뿐. 한참을 하다보면 사는 것도 수영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힘빼고, 부드럽게, 나만의 리듬을 갖는 프리 스타일. 물론 요새의 나는, 아니 나는 오랜시간 동안 너무 프리했고, 그래서 스타일이라는게 몽땅 사라져버린 히키코모리지만. 그래도 세어보니 이번 달에는 21번의 수영을 갔다. 이정도면 꽤 준수한 출석률. 부글부글 숨쉬면서, 첨벙첨벙 물을 차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스타일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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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

우리는 같은 직업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똑같이 견디진 않아요.
방구석에 번지는 고요의 넓이.
쪽창으로 들어온 별의 길이.
각자 알아서 회복하는 병가의 나날들.

우리에게 세습된 건 재산이 아니라
오로지 빛과 어둠뿐이에요.
둘의 비례가 우리의 재능이자 개성이고요.

우리에게도 공통점이 있죠.
죽고 싶은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
우리 중 누군가는 분명 요절할 테지만
정작 죽음이 우리를 선택할 땐
그런 순간들은 이미 지나친 다음이죠.

버스 노선에 없는 정류장에 내려서
주변을 둘러볼 때의 어리둥절함.
그게 우리가 죽는 방식이라니까요.
보험도 보상도 없이 말이에요.

사랑? 그래, 사랑이요.

우리는 되도록 아니 절대적으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 해요.
검은 수사학, 재기 어린 저주, 기괴한 점괘.
우리가 배운 직업적 기술이 사랑에 적용된다면……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지 않나요?

옛날 옛적 어느 선배가 충고했죠.
그대들이 만에 하나 사랑에 빠진다면
동백꽃이 지는 계절에 그러하길.
그것은 충분히 무겁고 긴 시간이라네.

간혹 우리 중 누군가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들려요. 
그러곤 아주 끔찍한 일이 생겼다는 뒷이야기도요.
우리의 사랑은 사내연애 따위에 비할 수 없어요.
버스 종점에 쭈그리고 앉아 영원히 흐느끼는 이.
이별을 하면 돌아갈 집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이.
그 사람이 버림받은 우리의 처량한 동료랍니다.

노동? 그래, 노동이요.

마지막 파업 때 끝까지 싸운 이는
노조 간부가 아니라 연극반원이었다네요.
그가 경찰에게 몽둥이로 얻어터질 때
세 명의 피 흘리는 인간이 나타났다네요.
그중에 겨우 살아남은 이는 조합원이고 죽은 이는 햄릿이고
가장 멀쩡한 이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조차
못 외우는 초짜 배우였다네요.

남들이 기운차게 H빔을 들어 올릴 땐
저만치서 뒷짐을 지고 콧노래나 흥얼거리지만
우리는 사실 타고난 손재주꾼이랍니다.
공장 곳곳에 버려진 쇳조각과 페인트로
불발의 꽃봉오리, 반기념비적인 바리케이드,
죽은 동지들의 잿빛 초상화를 담당하는 건 언제나 우리 몫이죠.

우리는 큰 것과 작은 것 사이
이를테면 시대와 작업대 사이
그 중간 어딘가에서 길을 잇고 길을 잃어요.
고통에서 벗어나는 건 고통의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에요.
그건 뭔가 다른 세상을 꿈꾸는 거라고요.
우리는 벤담의 공장에서 자발적으로 해고됐다고요.

우리는 이력서에
특기는 돌발적 충동
경력은 끝없는 욕망
성격은 불안장애라고 쓰고
그것을 면접관 앞에서 깃발처럼 흔들어요.
그리고 제 발로 문을 박차고 걸어 나오는 거에요.
의기양양하게 그리고 지독히 외롭게.

우리의 직업 정신은 뭐랄까.
살고 싶다고 할까. 죽고 싶다고 할까.
아니면 조금 유식하게 해방이라고 할까.
네, 압니다. 알고말고요.
우리가 불면에 시달리며 쓴
일기와 유서는 지나치게 극적이라는 것을.

생존? 그래, 생존이요.

언제부턴가 우리의 직업은 소멸하고 있어요.
죽은 노동이 산 노동을 대체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는지.
모든 공문서에서 우리의 이름 위엔 붉은 X자가 쳐져요.

기억? 그래, 기억이요.

나는 우리에게 벌어진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어요.  


-----

심보선 시인의 세번째 시집, <<오늘은 모르겠어>>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주문. 시집을 소설처럼 읽는건 사실 좋은 독서방식이 아닐텐데, 나는 늘 그런식으로 읽어버린다. 두세번쯤에 다 읽어버리고, 한동안 버려두었다가 다시 펼쳐서 응, 이런게 있었던가? 하는. 어쨌든 이번 시집도 그렇게 읽었고, 아련한 비애와 쿡쿡 웃게 만드는 다정함이 공존하는 그의 시는 여전히 나에게 묘한 위로를 준다. 각자의 회복 속도를 존중하고, 일기와 유서의 지나친 드라마틱함을 결코 비웃지 않는, 버림받은 사람들과 해고된 사람들을 기꺼이 우리라고 부르고, 이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잊지 않으려 쓰고 또 고치는 시인. 낭독회 같은 이벤트도 하는 것 같던데, 못가는 내 처지야. 되짚어보니 M과 갔었던 낭독회가 벌써 6년 전이구나. 6년밖에 안 됐나. 6년이나 되었나. 그 6년은 어떻게 흘러갔나. 이런 생각하다보면 잠은 또 다 잔거지.   





6월엔 이래저래 정신없을것 같아서 (실제로도 그랬고) 한 달 수영을 쉬었는데, 정말 몸 무너지는건 한순간인듯. 아니, 이렇게 쉽게 몸이 무너지는 것도 너무하다 싶다. 근육 운동을 해야하나... 지난주에는 생전 아파본적이 없었던 부분이 너무 아파서 정형외과 가서 진단까지 받았건만, 물리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근육이완제와 소염제와 진통제를 타 먹었다. 웃긴건, 약을 먹으니까 괜찮아지긴 하던데 안 먹으면 바로 또 아팠다는 것.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주일 치 처방받은 약을 다 먹었다. 지금은 약간 불편한 정도인데 또 가야하나... 어쨌든 어깨와 허리와 손가락과 고갯짓과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다보면 다시 몸과 마음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겠지. 늦은 장마비에 내 불안과 시름들, 다 떠내려갔으면. 맑고 차가운 계곡물에 담궈 두었다 막 꺼낸 여름 과일들의 표면처럼 싱싱하고 빛깔좋고 단단하고 차가운, 그런 눈빛을 하고 다시 매일을 마주해야지. 7월 강습의 첫날에 다녀왔을 뿐인데 벌써부터 몸에 활력이 돌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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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썼어 
눈이 조금 나빠졌나 봐 
요즘 나의 기분처럼 
흐릿한 내일처럼

달라 보인다고 해 
다른 사람 같다고 해 
안경 너머 내 눈을 잘 몰라봐 

제일 고생했던 눈 
너 떠난 뒤에 
모두 보기 싫어서 
항상 붉게 물든 노을 같던 눈 

모두 니 탓이야 
가려면 선명히 가야지 
두 겹 세 겹 흐릿하게 
잡히지도 않는 거리감 
어지럽게 맴도는 거니

이젠 잘 볼 거야 
또렷하게 보겠어 
나와의 거리를 
나의 다음 사람은 

훨씬 멋있다고 해 
분위기 있다고 해 
가끔 스친 내 눈빛 잘 몰라봐
제일 고생했던 눈 
그리울 때마다 떠올리기 싫어서 
항상 붉게 물든 하늘 소리쳐 

모두 니 탓이야 
가려면 선명히 가야지 
두 겹 세 겹 흐릿하게 
잡히지도 않는 거리감 
어지럽게 맴도는 거니

이젠 잘 볼 거야 
또렷하게 보겠어 
나와의 거리를 
나의 다음 사람은 

너무 잘 보이면 어쩌지
마주친 너도 잘 보이겠지 
너에게 눈이 멀었던 
그때가 더 그리워진다

모두 내 탓이야 
초점 흔들리는 내 탓이야 
내일 눈 떠보면 하얀 벽만 보이길
너란 무늬는 없어
너는 하나도 없어


----


내 플레이리스트... 6월에는 에디킴이 지배했고 7월에는 박재정인가... 미스틱 솔로 남자가수들 계속 흥하세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박재정도 슈스케 첫 등장때부터 내 픽이었다 ㅋㅋ 심지어 그 시즌은 다른 참가자들이 다 너무 별로여서 나의 원 앤 온리 픽이었음...

(내 취향도 참으로 소나무인데다 윤종신하고도 겹친다. 슈스케3는 김예림, 슈스케4는 에디킴, 슈스케5는 박재정...)


슈스케 예선 첫 곡으로 Stop this train 부르는 순간 이번 시즌은 너로 정했다! 했는데 그해 슈스케가 제대로 망하는 바람에 최연소 우승하고도 슈스케 버프 하나도 못 받은 비운의 발라더... 그래도 슈스케 내내 윤종신 노래를 많이 부르기도 했고 또 잘 불러서 미스틱 가서 좋은 곡 받길 바랬는데, 이번 곡이 여지껏 나왔던 곡 중 최고 퀄리티인듯.


규현하고 부른 <두 남자>도 참 좋아했는데, 이번 곡은 솔로 가수로서 본인이 갖고 장점이 잘 드러나도록 설계된 노래같다. 라스보다가 엔딩에 뮤비 나온거 보고 어? 신곡 나왔나 바로 검색했는데 음원 발매까지 좀 남았길래 날짜를 세면서 기다렸다. 아직 이십대 초반인데 저음도 탁월하고, 전반적으로는 김동률 70: 성시경 30 정도의 조합 같기도. 정석원 특유의 드라마틱한 전개에 누가봐도 윤종신이 썼어요 하는 저 가사의 구체적 서정성이란. 팔월의 크리스마스로 위시되는 일련의 레퍼런스가 진하게 느껴지는 뮤비도 좋다. 무엇보다 노래 자체가 진짜진짜 어렵다. 이 노래를 받아놓고 2년동안 연습하고 재녹음했다는데 왜 그랬는지 알법도. (직전에 나온 월간 윤종신 5월 <여권>도 쉬운 곡은 아닌데, 이 곡에 비하면 몸풀기 연습 같이 들린다.) 이 노래로 활동 많이 하는것 같던데 라이브 영상 보면 전력을 쏟아서 부르는게 팍팍 느껴지고 때로는 힘에 부쳐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노래를 끝까지 끌고가는 끈기에 감탄하게 된다. 


<두 남자>도 그렇고 이번 노래도 그렇고 발라드 내기에는 날씨가 좀 덥지 않나 싶은데, 이번 노래는 SM이랑 하는 웹예능 푸시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었나 싶기도. 어쨌든 이 노래로 더 알려져서 드라마 ost도 하고 하반기에는 미니앨범도 나왔으면 좋겠네. 공연하면 갈테니 얼른 떠서 레퍼토리 착착 쌓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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