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여니 침대 위에 슬픔이 누워있어 그 곁에 나도 자리를 펴네 오늘 하루 어땠냐는 너의 물음에 대답할 새 없이 꿈으로 아침엔 기쁨을 보았어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도 없이 스치고 분노와 허탈함은 내가 너무 좋다며 돌아오는 길 내내 떠날 줄을 몰라 평정심, 찾아헤맨 그이는 오늘도 못 봤어 뒤섞인 감정의 정처를 나는 알지 못해 비틀 비틀 비틀 비틀 비틀거리네 울먹 울먹 울먹이는 달그림자 속에서 역시 내게 너만 한 친구는 없었구나 또다시 난 슬픔의 품을 그렸어 내일은 더 나을 거란 너의 위로에 대답할 새 없이 꿈으로 평정심, 찾아 헤맨 그이는 오늘도 못 봤어 뒤섞인 감정의 정처를 나는 알지 못해 비틀 비틀 비틀 비틀 비틀거리네 울먹 울먹 울먹이는 달그림자 속에서 역시 내게 너만 한 친구는 없었구나 또다시 난 슬픔의 품을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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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만든 노래일까? 혼탁한 매일매일 평정심을 갈구하는 내가 쉴 곳은 결국 슬픔의 품이라는, 어찌보면 비정한 내용을 어쩜 이렇게 곱게 풀어냈지. 선공개 곡에 살짝 실망해서 3집이 좀처럼 귀에 안와닿았었는데 최근에 와서야 앨범에 숨겨져 있던 음악들이 조금씩 들린다. (하지만 후렴구의 코러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촌스럽다)


n년간 라이트 리스너로 살아오면서 나름 파악한 하나의 경향이 있다면, 솔로 뮤지션보다 밴드 뮤지션들의 한계가 더 빨리 온다는 점이다. (솔로 뮤지션이 좀더 운신의 폭이 넓어서 그런거 아닐까) 뮤지션들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1집 - 돈은 좀 없는 티가 나지만 어쨌든 신선함 

2집 - 1집을 계승하되 돈과 야심이 투여된 게 사운드의 퀄리티로 느껴짐 

3집 - 1, 2집의 성공을 바탕으로 자기가 잘하는 음악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 양쪽을 담음 

4집 - 이제는 뭐하지?


성격이 뭘 하나 오래 좋아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3집 혹은 4집이 고비다. 3집에서 소위 "뷔페식 밸런스"가 깨지면 흥미가 식고, 설령 3집을 무사히 성공시키더라도 4집에 다다르면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지거나 아니면 고유의 개성을 잃고 갑자기 평범해져버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뭐 앨범을 연속해서 히트시키는게 더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중간중간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어떤 방향성이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아서...


어쨌든 9숫은 중간중간 EP가 껴있긴하지만 3집까지는 고유의 매력을 잘 지키면서 충실하게 발전하고 있는 밴드다. 오히려 이 밴드는 비정규앨범을 통해 발표하는 음악으로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을 보충하는 것 같기도 하고. (9숫의 모든 정규/비정규 앨범 중에 가장 내가 좋아하는 건 역시 3집 이전에 나온 빙글 시리즈!) 인터뷰나 앨범 설명을 통해 추정하건대 송재경은 영리하기도 하지만 시야가 매우 넓은 사람같다. 자기 철학과 밴드의 비전을 참 잘 조화시킨 것 같은. 4집 주제도 벌써 잡아놨다고 하니 아직까지는 4집이 기대된다. 아 부러워. 방향성이 있는 삶이란, 자기가 주도하는 비전의 힘이란 얼마나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오는 것일까




9숫은 앨범 아트웍도 참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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