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여름에 가까워지면서 작년 여름 내 최애곡이었던 기린의 노래 두 곡을 다시 재생목록에 추가함. 뭣보다 어제부터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일부러 들썩거리는 음악을 찾아듣는중.
뉴잭스윙의 진성 후계자이자 필라 DNA의 소유자 기린은 노래도 노래지만 앨범 커버랑 뮤직비디오를 내가 너무 사랑하네. 친구들이랑 마트에서 장봐서 바닷가 가고 노래방 가서 노는 저 영상 어쩔거야 진짜 ㅋㅋㅋ 거기다가 Mother Home Video라니 ㅋㅋㅋ화질 240p로 해놓고 보라는 댓글, 천연덕스럽게 90년대인척 하면서 달린 댓글들 보는 재미도 쏠쏠함. 기린은 어째서 체형이랑 얼굴마저 90년대에 20대였던 사람같이 생겼을까... 앞으로도 필라 길, 챔피언 길만 걸으세요. 그리고 박재범은 진짜 요물이다.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뭐 이런 잘생기고 귀여운 또라이가 있나 싶어 처음 알게되었던 와일드 버니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그는 한결같이 재능과 끼가 몸밖으로 흘러넘치는 엔터테이너이자 아티스트다.
아무리 들어도 City Breeze의 하이라이트는 "분위기 보고 보여줄게 엉덩이에 있는 타투"이다. 그 포인트에서 확 꽂힌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겠지. 농담아니었으면 좋겠고, 나 당황 안했는데. 재범 엉덩이 한번만 보여줘 내 소원이야 엉엉
Tonight Gotta take these records off the shelf Play something special for yourself It's over now Gotta leave your troubles far behind Or just enough to ease your mind Cuz only time can decide Baby, you'll be alright this time
Oh, oh, oh, oh I, oh I This time Oh, oh, oh, oh I, oh I
Say my name when you feel the pain I'll be there to shelter when it's pouring rain If I can do anything Girl you know I'll try
Times are rough You feel you're going nowhere Your sadness hurts so bad And there's no one to care The sun shines after the rain Girl I know Cuz I been there before In this world all alone And you been there for me And you gave me your all I've been there before You'll come around And you'll be alright Cuz this is your time, so
Tonight Gotta take these records off the shelf Play something special for yourself It's over now Gotta leave your troubles far behind Or just enough to ease your mind Cuz only time can decide Baby, you'll be alright this time
Oh, oh, oh, oh I, oh I This time Oh, oh, oh, oh I, oh I
Just when you think love's about to end That's when you find a new beginning It's a part of life
You wonder why you go all through a change Why it seemed like things never go your way Girl, I know how it feels to be alone Cuz I been there before At the bottom alone I know the way to reach the top You got to let go I've been insecure You'll come around And you'll be alright Cuz this is your time, so
Tonight Gotta take these records off the shelf Play something special for yourself It's over now Gotta leave your troubles far behind Or just enough to ease your mind Cuz only time can decide Baby, you'll be alright this time
Oh, oh, yeah, yeah W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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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제는 뜻하지 않은 문서작업 하느라 생리 둘째날인데 점심도 못먹고 진통제도 못먹고 폰트랑 줄간격 씨름하다가 저녁때가 다되어서야 부탁받은 일 마치고 포도주스 한 병 마셨고, 집에 갈 기운도 없어서 연구실에 멍하니 앉은채 어떻게든 에너지업 해보겠다고 기린 노래 듣다가 댓글창에서 블랙스트릿 이름을 발견하고 한 10년만에? 이 노래가 생각나 찾아 들었던 것이다. 블랙스트릿이라는 그룹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머릿속에서 얼마나 오래 지워져있었는지.
고등학교 때 야자 마치고 집에 걸어가던 길 참 많이 들었던 노랜데, 오랜만에 들으니까 노래 제목처럼 조금은 행복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어쩜 이 노래를 이렇게 잊고 살았을까. 오 투나아아앗, 선반 위 레코드를 꺼내요. 당신 자신에게 특별한 뭔가를 들려줘요. 다 끝났어요 이제. 시름을 뒤로 해요. 아니 잠깐 한숨 돌릴만큼이면 충분해요. 왜냐면 오직 시간만이 결정할테니까. 이번에도 괜찮을거에요. 오 투 나아아앗.
집에 돌아오는 길, 라일락 향을 코로 더듬으며 이 노래를 내내 들었고 고무된 행복을 좀더 끌어올리기 위해 늦은 저녁으로 치킨과 칭따오를 배불리 먹었다.
- 히든 피겨스, 계속 봐야지, 만 하다가 이제서야 봤다. 영화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영화의 기본적인 만듦새는 평이하다고 느껴졌다. 하긴, 평이하다고 느낀것도 성취라고 할 수 있겠다.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주인공이 세 명인 셈인데 그들의 이야기를 다 끌고 가면서 무너지지 않고 엔딩 크레딧까지 무사히 도달하니 그것 자체가 이미 성취일지도.
- “알려지지 않은 숫자들”을 찾아내었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 (Hidden figures were figured out by hidden figures.) 영화 제목만으로도 줄거리 설명이 가능하며, 사실 이 제목 자체가 의미하는, 그러니까 소재 자체의 희소성이 이 영화를 견인하는 힘일 것이다. 흑인 여성 수/과학자들에 대한 영화라니. 그것도 1960년대에. 흑인 남성 퀴어 영화보다 100배쯤 귀한 소재다.
-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아무래도 도로시(옥타비아 스펜서)의 장면들. 특히 두 장면이 좋았다. 첫번째는 아무렇지도 않게 IBM의 연결을 바로잡던 씬. 남성들이 정복하지 못한 기계의 전원을 켜는 것은 미리 포트란 언어를 공부한 도로시이며,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함께 “컴퓨터”로 일하는 동료 여성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교육시키고, 마침내 때가 오자 멋지게 진짜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행진한다. 두 번째는 '나 너한테 악감정 없어'라고 말하는 비비안(커스틴 던스트)에게 '넌 그렇게 믿고 싶겠지'라고 조용히 대꾸하던 부분. 자신 안의 인종주의를 들여다보지 않는 이들에게 날리는 우아하고 정중한 일격.
- 미국백인남성의프라이드를다치게하지않으면서자신이원하는걸얻어내는메리(자넬 모네)의전략은흥미로우면서도아슬아슬한지점이있다. 영화의첫장면, 고장난차를고치고있는세여성에게다가오는백인경찰관. 그는이세명의흑인여자들이 “하늘에서우리를감시하고있는빌어먹을러시아놈들”과대항할, 미국의희망인나사에서일한다는걸알자태도가슬쩍바뀐다. 그의태도가바뀐걸간파한메리는얼른상황을모면하고싶은캐서린을저지하고그를구슬려서경찰차뒤를신나게달린다. “Three negro women”이백인경찰을뒤쫓고있다고, 그것도 1961년에말야! 라고환호하는메리. 여기까지는좋았는데그뒤에흑인의수강을허락하지않는학교에서 엔지니어가 되는데 필요한 수업을 듣고자 법원에 청원하는장면에서는약간기분이복잡해졌다. 메리가판사를설득하는전략은백인남성의허영심을부추기는방식이랄까. 도로시가커스틴던스트에게정중하게하지만따끔하게지적하는것과달리그녀는판사에게 “니가이판결을내리는건결국너의이름을역사에남기는일이야”라는식이다. 판사님, 당신은언제나첫번째였고, 또최고이며, 나에게수강권을허락하는일은당신의가치를높이는작업과모순되지않습니다. 이전략은결과면에서는성공적이다. 메리는결국수업을듣게되니까. 하지만메리의재판을담당했던그판사는? 과연그가메리이후유사한사건을맡게될때, 그는어떤결정을내릴까? 결정의이유는뭐가될까?
- 이런고민은결국영화가갖고있는능력주의의함정과도연결된다. 이흑인여성들이끝내성공을이룰수있었던것은, 결국그들이그럴만한사람들이었기때문이다. 영화에서캐서린(타라지 P. 헨슨)의상사인알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이 (정말이지얄밉게나오는) 셸든 쿠퍼, 아니폴셰퍼드(짐 파슨스)에게하는말, “여기에는천재들이많고, 니임무는그천재들중에서도천재를알아보는일이며, 그천재로하여금이프로젝트를성공시키는일이야” 뭐대충이런말인데. 캐서린이일하는방에빼곡히들어차있는, 흰셔츠와검은넥타이를맨채그녀의일거수일투족에눈초리를보내는수십명의백인남성들중일부는, 분명캐서린만큼뛰어나지않아도운좋게그자리에들어오지않았을까. 캐서린은 결국 천재 중에 천재였고, 그런 의미에서, 비록 흑인 여성이라는 이중의 꼬리표를 달고도, 어떻게든 두각을 나타낼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이지점이묘하게껄끄러운건, 최근유나이티드항공사건을둘러싼반응들중, “남성이며전문직인데, 아시아인이라는이유만으로도저런취급을받는다는게충격적이지만, 남성도못되고전문직도못되는아시아인인나는과연어떤취급을받을지생각만으로도끔찍하다”는여성들의의견을읽고매우고개를끄덕였기때문일지도모른다. (맥락이약간다르긴하지만알랭드보통또한 <불안>에서현대인들의불안을야기하는다섯가지원인중 ‘성과주의’를뽑았다. "If the successful merited their success, it necessarily followed that the failures had to merit their failure... Low status came to seem not merely regrettable but also deserved." 네, 저는 성과주의의 잣대에서 탈락한, 문과생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능력은결국미국의이익을공고히하는데쓰여지지않는가. 다시백인경찰관이도로시와캐서린과메리를에스코트해주던영화의시작으로돌아가보자. 이경찰관이이들의직업을알고 “나름우대”해주는이유는어디까지나세 여성의 출근길을 에스코트함으로써 자신 또한 미국이선취해야할우주정복이라는거대한국가적과업 달성에 기여하는거라고 믿는 알량한 성취감과 애국심의 충족일게다.하지만미국 시민의안전을수호하는 경찰로서 그가하는일은고작차가고장나서곤경을겪고있는여성들에게미심쩍은눈초리를던지고말대꾸를한다며면박을주는일. 소수자에게있어, 유리천장을뚫고자기실현을성취하는데에있어실현되어야할평등, 그리고부당한검문을당하지않거나혹은비행기에서피흘리며끌려나오지않는일상의안전과기본적인존중, 둘중에더중요한것은무엇인가? (물론바보같은질문이다.) 정리하자면, 이세여성들이이뤄낸업적은정말이지대단하지만, 그업적이궁극적으로강화한것은무엇인가? Make America Greater than Russia? 아, 그리고그들은오바마의후임자로트럼프를뽑았습니다…
- 지워져있던흑인여성과학자들을조망한다는영화의대원칙에따라 1960년대민권운동의피튀기던페이지들또한가볍게스쳐지나간다. (메리의남편이운동가임에도불구하고.) 특히 Freedom Riders의테러사건도언급되는데, 이에대해메리는애들이이런걸봐서뭐가좋냐는식. 하지만 1965년셀마행진은영화의배경인 61-2년과불과 3년차이일뿐. 영화 <셀마>와이영화의화면톤만비교해봐도두영화의지향점이얼마나다른지알수있다. 헌법이보장하는투표권의행사를방해하지말라며목숨을걸고행진했던, 기본권조차피를흘리며얻어내야했던 인종적 집단의 역사적현실을반추하는영화. 그리고능력있지만그존재가지워졌던개인들을꾸준히발굴해내는영화… 모두다필요한영화들이다. 그리고할리우드는아시안아메리칸이주인공인영화를과연언제만들까? 만들기는할까?
- Freedom Riders와관련해서하나더덧붙이자면, 케네디는당시테러사건에대한뉴욕타임즈 1면의보도를보고백악관에서민권이슈를담당하던보좌관에게전화해서다음과같이말했다고한다. “Can’t you get your goddamned friends off those buses?” 그가 이같은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바로 3주뒤흐루쇼프와의첫정상회담을앞두고있었기 때문.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자유와 평등을 누린다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소련한테 그 실체가 들켜서는 안되는 더러운 빨랫감 같은 것. 이러한일화는 1960년대민권운동이정치적탄력을받을수있었던이유가결국냉전시대의라이벌인러시아에대한미국나름의민주체제선전, 혹은체제미화작업과무관하지않다는역사학자들의해석과연결되며,이는다시앞에서말한미국의국가이데올로기강화작업에복무하는수단으로서의능력주의문제를다시떠올리게한다.
- 그래도영화가선사하는쾌감은역시멋지게차려입은흑인여성이흰분필을쥐고당당하게칠판에수식을적어내려가는데있다. (그것도몇번씩!) 특히프로토콜이허락하지않는 펜타곤 회의에해리슨은캐서린을데리고들어가면서그녀에게조용히있으라고말하지만, 회의중그녀는필요한숫자를대답해내지못하는폴대신입을열며, 그런캐서린에게해리슨은결국분필을건네준다. 그시퀀스는, 그래서해리슨이화장실표시를때려부수는장면보다짜릿하다. (화장실을때려부수는것도, 삐딱하게보면결국캐서린의업무시간손실이맘에안들어서다. “Here at NASA, we all pee the same color!”라는대사는남았다만.) 뭣보다흰분필... 프로이트적으로해석하자면캐서린이실컷쓰고나면다닳아서조그매지는것.
*하루에 수만판씩 바둑을 둔다는 AI의 이름을 유치원생도 다 아는 2017년의 관객에게,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어쩌면 사람=컴퓨터였던 시절일지도. 컴퓨터를 들이기 위해 문짝을 뜯어야 했던, 그리고 그 전원을 몇 날 며칠 켜지 못했던 그런 때가 불과 반 세기 전이었는데, 이제 컴퓨터는 다른 의미로 다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한 때 컴퓨터는 말그대로 계산하는 인간, Compute의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건만, 이제 그 컴퓨터는 인간의 지능을 흉내내어 바둑을 두고, 의학 진단을 하며, 법원 판결을 내리고, 소설까지 쓴다. 혼자서 3D 영화도 만들어내는 거 아냐 이러다가.
**영화 관련해서 찾아보다가 여성이 인간 컴퓨터로 일했던 역사는 나사 이전에도 있었다는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19세기 말, 하버드 컬리지 천문대(Harvard College Observatory)에서 여성들을 고용해서 천체 이미지 분류 작업을 시켰는데 그들은 남성들만큼이나 퍼포먼스가 좋았다고. 또 그 중에서 윌리아미나 플레밍(Williamina Fleming)이라는 여성은 만 개가 넘는 행성의 분류법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또 그 과정에서 백색 왜성의 존재를 처음 알아챈, spectrograph 분야의 개척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세 배우를 위해서라도 앙상블 연기상 같은거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문라이트에 이어, 자넬 모네의 연기를 보는 게 특히 더 즐거웠다. 음악 뿐만이 아니라 연기를 통해서도 자신이 아티스트로 지향하는 가치를 멋지게 실천하는 아이콘. 사실 이름만 알았지 음악은 그동안 거의 몰랐는데 영화보고 유튜브에서 찾아보다가 Q.U.E.E.N.이라는 엄청나게 멋진 비디오를 발견했다! 자넬 모네에 에리카 바두의 지원사격, 거기다가 마지막 랩은 정말이지 환상이다. 가사는 또 왜이리 멋져.
Categorize me, I defy every label
And while you're selling dope, we're gonna keep selling hope
We rising up now, you gotta deal you gotta cope
Will you be electric sheep? Electric ladies, will you sleep?
버스는 계속 달려 배가 너무 고프네 oh no 맨 뒷자리 오른쪽에 앉어 창 밖은 나보다 항상 밝어
마장동 종점 차고지부터 왕십리 옥수 동호대교 지나면 압구정 Rodeo oh shit 이곳은 내 입시학원 연습실
다시 막차로 집에 돌아가는 길 동호대교 위 야경에선 Whitney Houston의 Saving all my love for you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으면 내 단독 무대 위가 보여
This stop is in my dreams This stop is stage 위
This stop is I don’t know no
아침이 밝아오네 배가 너무 고프네 문득 그때를 기억해 아무도 내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을 때
그때의 난 지금의 날 꿈 꿨을지 몰라 매일이 반복되는 노선처럼 돌고 돌아
가족들 친구들의 기대치에 비례하는 따가운 시선들을 외면 하면서 또한
견뎌야 했고 또 버텨야 했어 내 유일한 쉼터 2411 버스 안에서
버스 안에서 매일 다짐 했었네 포기하지 않기로
자연스레 변한 세월은 붙잡지 못해사라져버린 버스와 내가 살던 동네
너무 많은 걸 잊고 살았네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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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
2분 30초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곡이고, 성공한 아티스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노력했던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는 테마도 흔한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풍경과 여정에 너무 공감이 되기 때문일까. 어슴푸레한 새벽 혹은 다 늦어 깜깜해진 밤, 나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한강의 남북을 오가며 창밖 풍경과 귀에 꽂은 음악이 주는 위로에 하루의 피로와 앞으로의 불안을 잠시나마 내려놓아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에 홀리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마장동에서 떠나서 압구정 로데오를 향하는 버스 노선이 환기시키는 미묘한 감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Whitney Houston의 Saving all my love for you"의 발음과 강조점을 맛깔나게 살리는 크러쉬의 센스 너무 사랑된다. (휘트니 아닌 윗니이며, you는 ya로 발음해줘야 제맛)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치이는 포인트는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아득한 풀벌레 소리! 노래의 화자가 회고하는 밤 공기가 결코 매서울만큼 춥지는 않았음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backdrop. 바깥 풍경을 금방 감춰버리는지하철을 타고다녔던 비루한 문과생(=나)과 달리 버스 뒷좌석에 몸을 맡긴 채 화려한 조명과 검푸른 강물을 곱씹었던 재능있는 뮤지션은 이렇게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구나. 문송해서 더 슬프네. 엉엉. 여튼 앞으로도 이 감성 잃지말아줘 효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