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소리 조각들을 한데 모아 진공과 무중력의 공간에 풀어놓고 마음껏 부유하고 스러지고 충돌하게끔 만든 다음, 그 카오스가 그리는 패턴을 음악으로 다시 가공해낸 느낌이랄까. 투과되고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3차원의 질서를 묘하게 뒤틀고 있는 유리 덩어리가 자리잡고 있는 앨범 커버도 아름답다.
레코드로 들어보고 싶다. LP 플레이어도 없는 주제에, 요새 자꾸 레코드가 사고 싶어서 큰일.
별로 끈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친구도, 애인도, 덕질 대상도 수 년이 넘도록 좋아해본적이 없는 타입의 인간이지만 정말이지 조원선과 롤러코스터의 음악은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한번도 싫어진 적이 없었다. 십 몇년 동안 바람 불면 어김없이 찾아듣고, 그때마다 여지없이 취했으니까. 정식 앨범, 그러니까 솔로 앨범이랑 롤러코스터 시절의 노래만 듣다가 최근에 삘이 꽂혀서 검색을 새로 해봤더니, 몰랐던 음원들을 발굴했다. 신난다! 몰랐던 노래를 잡았다! XP가 갑자기 확 늘어난 이 기분.
그녀의 목소리에 스며 들어있는 그 바닥모를 허무함과 밤공기 같은 서늘함을 사랑한다. 때때로 어디 높은데 올라가서 언니 사랑해요! 제발 컴백해요! 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만큼.
이미지는 midnight cruise라고 구글링했을 때 처음으로 나온 이미지. 이 언니의 목소리가 가장 파고드는 순간 중 하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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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선 - 넌 쉽게 말했지만 (윤상, Song book, 2008)
윤상과 조원선의 조합은 당연히 최고일 수 밖에 없지만 정식으로 앨범까지 나왔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몰랐던 시간이 너무 아깝다.
조원선 - 영원속에 (비트하우스 라이브 #7, 2015)
지금은 망했다는 비트... 의 사무실에서 원테이크 라이브로 선보였던 시리즈.
원곡도 너무 좋아하지만, 첫 소절 듣자마자 가슴이 아릿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함부로 밤에들으면 잠 안오는 노래.
조원선 - MISMATCH (프로젝트 PLAYGRND, 2016)
작곡은 라이프앤타임의 진실, 작사는 타블로, 편곡은 필터.
이 세사람 모두 조원선 빠임에 틀림없다. 아니, 이 프로젝트가 온전히 조원선만을 위해서 기획된 게 아닐까 싶은 정도.
이런저런 노래를 찾아듣다 Youth Group의 프로필을 검색했다. 얘네 꽤 유명한 밴드구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튜브 영상을 한없이 돌려보면서 뭔가 울컥한 걸 느낀다. Forever Young, I wanna live FOREVER YOUNG… 댓글들을 보니 70년대에 호주 스케이트보드 대회 영상이라고 하네.. 멋지다..
청춘.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푸른 봄. 한없어 보이는 내리막길을, 심장이 터질것 같아도 한번은 달려줘야하는 이 시기. 밴드를 붙인 팔꿈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씩 웃으며 내밀 수 있는 젊음. 손목에 시계 따위 차고 있지 않는 주근깨 청년들. 그들에게는 몇시몇분까지 어딘가에 도달해 있어야하는 성급함, punctuality 따위 상관 없으니. 다만 달려나갈 길의 커브와 장애물 정도는 식별할 수 있는, 그리고 그들의 피를 뜨겁게 덥혀줄 햇빛만 있으면 충분하다. 가느다랗고 좁은 보드위에 성마르게 올라서서 맨발에 테이프를 감는 청년, 그는 넘어질 운명을 온몸으로 껴안는 자. 하지만 이순간만큼 그들은 젊고, 그들의 풋풋한 설렘과 두려움은 이제 이 노래를 통해 영원히 박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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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C. Soundtrack으로 처음 알게됐고 멜로디컬한 후렴 때문에 좋아졌던 노래지만 영상이 쐐기를 박아버린 곡.
봄이 오면 롱보드 하나 장만해서 빌빌거려볼까. 크루저 타기에는 나의 운동 신경이 빈곤하니 무조건 큰걸로 해야할터. 이제 어디 다치면 뼈도 안붙을거고...